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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미래가 꼬여버렸다

제 5장: 불완전한 지식의 덫

digitalforest 2025. 4. 2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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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흘렀고, 김지훈이 투자했던 주식들은 예상대로 꾸준히 상승했다. 작은 돈으로 시작했지만, 몇 달 만에 그의 자산은 눈에 띄게 불어났다. 재정적인 안정은 그에게 잠시나마 안도감을 주었다. '그래, 역시 미래 지식은 틀리지 않았어. 사소한 부분만 좀 다를 뿐이야.'

하지만 마음 한구석의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K건설의 부서 개편 이후, 관련 뉴스는 잠잠해졌지만 최민준과의 연락은 완전히 끊겼다. 박서연은 그의 연락을 피하는 듯했다. 미래에 그에게 중요했던 두 인물과의 관계가 꼬여버린 것이다.

김지훈은 다른 미래 정보를 떠올리려 애썼다. 다음으로 큰 기회가 될 만한 것, 혹은 피해야 할 위험. 하지만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의 기억은 파편처럼 흩어져 있었고, 정확한 시기나 세부 사항은 흐릿했다. 특히 사람이나 관계에 대한 기억은 더욱 불완전했다. 그는 미래의 사건들을 '정보'로만 기억하려 했지, 그 사건들이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 속에서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는 자신이 기억하는 미래의 사건 목록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2015년 여름, IT 벤처 기업 A사 급성장', '2016년 봄, 부동산 투자 기회', '2017년, 해외 금융 위기 조짐'. 하지만 구체적인 기업 이름, 투자 시기, 위기의 진원지 등 핵심 정보는 명확하지 않았다.

"왜 이렇게 기억이 안 나지? 분명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초조해진 김지훈은 자신이 가진 미래 지식을 맹신하기 시작했다. 흐릿한 기억의 조각들을 억지로 끼워 맞추고, 작은 단서에도 과민하게 반응했다.

그러던 중, 그는 미래에 자신이 크게 실패했던 사업 아이템을 떠올렸다. 당시에는 시장을 잘못 읽고 시기상조였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만 방향을 틀었으면 성공할 수도 있었다는 후회가 있었다.

"그래, 이거야! 미래의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엔 성공한다!"

그는 과거 자신의 사업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2014년의 시장 상황에 맞춰 아이템을 수정했다. 미래 지식을 이용해 경쟁사들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유망한 기술 트렌드를 파악하려 했다.

하지만 사업은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했다. 투자 유치, 동업자 물색, 직원 채용... 이 모든 과정에서 그는 사람들과 부딪혀야 했다. 미래 지식으로 상대방의 속마음까지 알 수는 없었다. 오히려 그의 달라진 태도, 미래를 아는 자의 미묘한 우월감이나 불안함이 사람들에게 감지되는 듯했다.

투자자들은 그의 사업 계획에 대해 '너무 앞서나간다',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래에는 이 아이템이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했지만, 현재의 사람들은 그의 비전을 이해하지 못했다. 과거의 실패 경험은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현재의 사람들을 설득하기 어려웠다.

"왜? 왜 내 말을 안 믿는 거지? 미래에는 분명 이게 통했는데!"

좌절감이 밀려왔다. 주식 투자로 돈은 벌었지만, 그가 진정으로 원했던 '성공적인 사업가'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미래 지식은 돈벌이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얻거나 현실의 난관을 헤쳐나가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는 점점 더 고립되는 느낌을 받았다. 과거의 자신과는 다른 모습으로 행동하면서 옛 친구들은 멀어졌고, 미래 지식 때문에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도 어려웠다. 누구에게도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을 수 없었다. 그는 혼자서 미래의 정보를 해석하고, 혼자서 계획을 세우고, 혼자서 실패를 곱씹어야 했다.

"나는... 대체 누구와 이야기해야 하지? 이 모든 걸 이해해 줄 사람이 있을까?"

미래 지식은 그에게 힘을 주었지만, 동시에 외로운 섬으로 만들었다. 그는 성공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점점 더 깊은 고독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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