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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장: 꼬여가는 관계의 실타래 본문

회귀했더니 미래가 꼬여버렸다

제 4장: 꼬여가는 관계의 실타래

digitalforest 2025. 4. 23.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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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건설의 대규모 부서 개편 속보는 김지훈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가 미래 지식으로 예측했던 사건의 전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 최민준을 만난 것이 영향을 준 걸까? 아니면 원래 이런 흐름이었는데 자신의 기억이 불완전했던 걸까?

그는 K건설 관련 뉴스를 더 찾아보려 했지만, 자세한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그저 '조직 효율성 증대'를 위한 개편이라는 회사의 공식 발표뿐이었다. 하지만 김지훈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뭔가 심상치 않다.

며칠 후, 최민준에게서 연락이 왔다.

"지훈아! 너 혹시... K건설에 대해 아는 거 있어?"

메시지를 본 김지훈은 심장이 철렁했다.

"왜? 무슨 일인데?" 그는 최대한 침착하게 답했다.

"아니... 갑자기 회사 부서가 엄청 바뀌었어. 내가 있던 부서도 해체되고, 핵심 부서 사람들이 죄다 다른 곳으로 이동했어. 분위기가 좀 이상해."

김지훈은 최민준의 메시지에서 불안감을 느꼈다. 그가 만났던 순수하고 열정적이던 신입사원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갑자기? 왜 그렇게 됐대?"

"몰라... 아무 설명도 없어. 그냥 갑자기 발령이 났어. 다들 어리둥절해. 특히 핵심 부서 분들은 갑자기 발령받고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어. 뭔가... 숨기는 게 있는 분위기랄까."

최민준의 말에 김지훈은 확신했다. 이건 우연이 아니다. 자신이 최민준을 만나 K건설에 대해 물어본 것이 어떤 식으로든 회사에 알려졌거나, 혹은 그의 회귀 자체가 K건설 내부의 경고 시스템을 건드린 것일 수 있었다. 그의 사소한 개입이 거대한 기업의 구조조정을 앞당기거나 방향을 바꾼 것일지도 모른다.

김지훈 (속마음): 설마... 내가 최민준을 만나서 K건설에 대해 물어본 게... 회사에서 눈치채고 선수를 친 건가? 말도 안 돼... 그렇게 빨리? 내 영향력이 그렇게 크다고?

그는 자신의 사소한 행동이 거대한 기업의 움직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아찔했다. 아니면 이건 그저 우연이고, 원래 일어날 일이었는데 자신의 기억이 잘못된 것일까?

김지훈은 최민준에게 직접적으로 K건설의 비리에 대해 묻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아직 신입인 최민준에게 그런 민감한 정보를 묻는 것은 위험했고, 최민준 역시 그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게다가 달라진 최민준의 모습에서 그는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그의 목소리에는 불안감과 함께, 알 수 없는 날카로움이 섞여 있었다.

최민준과의 연락은 그 이후로 뜸해졌다. 그는 K건설의 변화와 최민준의 불안감 사이의 연관성을 확신할 수 없었지만, 자신의 개입이 미래의 흐름을 뒤틀고 있다는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한편, 박서연과의 만남 이후에도 김지훈은 그녀를 신경 쓰고 있었다. 미래에 자신에게 도움이 될 인물이었고, 그녀와의 어색했던 만남을 만회하고 싶었다. 그는 박서연의 SNS를 염탐하며 그녀의 동선을 파악하려 했다.

며칠 후, 박서연이 친구와 함께 전시회에 간다는 게시글을 올린 것을 확인했다. 김지훈은 망설이지 않고 그 전시회장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미리 계획했다. 자연스럽게 마주치고, 지난번 어색했던 분위기를 풀고,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자.

전시회장에 도착한 김지훈은 박서연과 그녀의 친구를 발견했다. 그들은 그림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김지훈은 그들 근처를 서성이며 적절한 타이밍을 노렸다.

그때, 박서연의 친구가 화장실에 간다며 자리를 비웠다. 기회였다!

김지훈은 박서연에게 다가갔다.

"서연아! 여기서 또 보네? 정말 우연이다!"

박서연은 깜짝 놀라며 뒤돌아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반가움보다는 당혹감이 먼저 스쳤다.

"어... 김지훈? 너... 나 따라다니는 거야?"

직설적인 질문에 김지훈은 당황했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나도 이 전시회 보고 싶어서..."

"그래? 근데 왜 지난번 카페에서도 그렇고, 자꾸 내가 있는 곳에 나타나?" 박서연의 눈빛에 경계심이 서려 있었다.

"그게... 정말 우연인데... 네가 이런 전시회 좋아하는 줄 몰랐네." 김지훈은 변명했지만, 그의 말은 스스로에게도 설득력이 없었다. 그는 너무 티 나게 행동했던 걸까?

"그래... 우연이겠지." 박서연은 애써 웃었지만,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친구 기다리는 중이라서. 먼저 가볼게."

그녀는 서둘러 자리를 뜨려 했다. 김지훈은 당황하여 그녀를 붙잡으려 했다.

"잠깐만! 서연아! 오해하지 마! 그냥...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워서 그래!"

그의 필사적인 목소리에 박서연은 잠시 멈칫했다. 그녀는 김지훈을 다시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초조함과 함께, 왠지 모를 절박함이 서려 있었다. 지난번 카페에서 느꼈던 위화감과 겹쳐지면서, 그녀는 혼란스러웠다.

"오해... 뭐가 오해라는 건데?" 박서연의 목소리에 날이 섰다. "솔직히 좀 불편해. 네가 갑자기 이렇게 나타나서... 예전이랑도 좀 다른 것 같고.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야?"

그녀의 말에 김지훈은 얼어붙었다. '예전이랑 다르다'는 말. 그의 변화를 눈치챈 것이다. 미래 지식을 이용하려 했던 그의 행동이 오히려 주변 사람들에게 경계심과 불편함을 안겨주고 있었다.

김지훈 (속마음): 망했다... 관계를 좋게 만들려 했는데... 오히려 더 멀어졌어.

박서연은 더 이상 김지훈의 말을 듣지 않고 친구가 있는 곳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김지훈은 망연자실했다. 미래 지식으로 사람들의 마음까지 조종할 수는 없었다. 그의 서툰 시도는 오히려 관계를 꼬이게 만들 뿐이었다.

그날 밤, 김지훈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K건설의 이상한 움직임, 최민준의 불안감, 그리고 박서연의 경계심. 모든 것이 그가 예상했던 미래와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성공을 향한 그의 계획은 시작부터 삐걱거렸고, 그의 개입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만 같았다.

그는 자신이 얻은 '미래 지식'이 과연 축복인지 저주인지 혼란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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