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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멈추는 카페

첫 번째 손님, 잃어버린 시간

digitalforest 2025. 3. 1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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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골목길, 그 끝자락에 자리 잡은 작은 카페 '시간의 정원'. 서연은 우연히 그곳을 발견했다. 낡고 허름한 외관과는 달리, 카페 안은 따뜻한 나무 향과 은은한 커피 향으로 가득했다. 카운터 뒤에서 묵묵히 커피를 내리는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이름은 지훈, 이 특별한 카페의 바리스타였다.

"어서 오세요."

지훈의 낮은 목소리가 카페 안을 울렸다. 서연은 어색하게 웃으며 카운터 앞에 앉았다. 메뉴판에는 평범한 커피 이름들 사이에 '시간의 커피'라는 낯선 이름이 적혀 있었다.

"시간의 커피는 뭐예요?"

서연의 질문에 지훈은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원하는 순간으로 시간을 멈출 수 있는 커피입니다."

서연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지훈을 바라봤다. 시간을 멈춘다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지훈의 진지한 눈빛은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농담이시죠?"

"직접 경험해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지훈은 서연에게 특별한 커피를 건넸다. 서연은 반신반의하며 커피를 마셨다. 순간, 눈앞의 풍경이 흐릿해지더니 이내 멈춰버렸다. 카페 안의 모든 것이 정지해 있었고, 서연만이 움직일 수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서연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이 원하는 순간으로 시간을 멈춘 겁니다."

서연은 시간을 멈추는 능력을 가진 카페 '시간의 정원'의 첫 번째 손님이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된다.

며칠 후, 카페에는 첫 번째 손님이 찾아왔다. 40대 후반의 남자는 초조한 표정으로 카운터 앞에 앉았다.

"시간의 커피를 마시러 왔습니다."

남자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지훈은 묵묵히 커피를 내렸다. 남자는 커피를 마시자마자 눈을 감았다. 잠시 후, 남자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10년 전, 아내와 마지막으로 함께했던 순간으로 시간을 멈춰주세요."

남자의 말에 서연은 가슴이 먹먹해졌다. 남자는 10년 전으로 시간을 멈추고, 아내와 함께했던 행복한 시간을 다시 한번 경험했다. 남자는 시간을 멈춘 동안 아내에게 하지 못했던 말들을 쏟아냈다. 미안하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 그리고 고맙다는 말.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자 남자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후련함과 감사함이 가득했다.

"덕분에 아내에게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남자는 지훈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카페를 나섰다. 서연은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시간을 멈추는 능력은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잊고 싶었던 순간을 다시 한번 경험하고 후회 없이 작별할 수 있게 해주는 특별한 선물이라는 것을.

카페 '시간의 정원'에는 오늘도 다양한 사연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온다. 그들은 시간을 멈추고 잊고 싶었던 순간을 다시 한번 경험하며 삶의 의미를 되새긴다. 서연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울고 웃고, 조금씩 성장해나간다. 그리고 지훈과의 관계도 점점 깊어져 간다. 하지만 지훈은 과거에 대한 비밀을 숨기고 있었고, 그 비밀은 서연과의 관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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